순장 모임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조용히 진행되었다.

모임 후의 식사교제도 언제나처럼 즐겁웠고 행복 그 자체였다.

추어탕은 굉장한 맛을 내며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갔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순장 한 명이 불참한 자리였다.

그가 빠진 자리가 굉장히 낯설고 허전할 것 같아서 걱정했었는데 누군가가 빠졌다는 느낌도

느낄 새 없이 지나고 있어서 그렇다고 누군가가 얘기하는 바람에 한참을 그가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 순장 모임에서는 2013년도 상반기 계획들을 나누었다.

순장이 세 명일때는 한 번이라도 더 메세지를 하게 되면 큰일 날 듯이 서로 따지고 웃고 떠들고...

대표가 낄 새도 없이 셋이서 공평하게 나누고 했었는데...

한 명이 빠진 오늘은 대표 순장님이 주는대로 그냥 조용히 받아 들이기만 했던 것이다.

 

우리는 마치 그가 오늘 하루만 빠진듯이 메세지 작성이라도 하라는 숙제를 주어야 한다는 둥 한참을 웃으며 떠들었다.

그가 떠난 자리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의식하지 못한다는 듯이 유쾌하게 농담하며 웃었다.

그런데 우리는 농담하고 웃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이 짙어진다.

그에 대해 얘기할수록 그리움이 되어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돌아오는 길에 대표순장님이 말했다.

'화요일날 얼마나 허전해 할까? 사람의 습관이 무서운 것인데... '

그래서 화요모임전에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나는 느낀다. 영적자녀를 낳아서 키워본 엄마의 모습임을.

나는 단지 아타까움과 아쉬움이었는데 대표순장님은 그저 집나간 첫째 딸을 걱정하듯이 아파하고 있었다.

그저 자식 걱정만 앞서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딸이 두 명이면 재미있지만 딸 셋은 환상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오해 없으시기를, 영적 자녀는 더 많이 있음)

 

사람에게는 누구나 머물러야 할 자리와 떠나야 할 자리가 있다.

떠나야 할 자리는 속히 떠나야 하지만 머물러야 할 자리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머물러서 행복한 자리가 있고, 기쁜 자리가 있고, 용기가 없어서 그대로 머물고 있는 자리가 있을 것이고,

또 의무감으로 있는 자리도 있을 것이다.

그 외 많은 자리들이 있겠지만 나는 오늘 생각한다.

비록 힘들고 대가지불을 해야하더라도 내가 보석처럼 빛날 수 있는 자리,

그 자리가 가장 귀하고 가치있는 자리가 아닐까?

 

그가 지금 가려고 하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가 이곳에 있을때는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또 새로운 동역자들을 보내주셔서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가실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가 그립다.

부디 약간의 휴가를 보낸 후 속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드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