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慈悲)하신 하나님,

길 언저리 소복(素服)한 양지(陽地)마다 잡초(雜草)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남녘에서는 벌써 꽃 소식(消息)도 들려옵니다.

맨살로 바람 앞에 서면 마치 봄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영혼(靈魂)의 봄은 아직 이르지 않았습니다.

변화(變化)가 가져올 불편(不便)함이 싫어 우리는 옛 삶의 방식(方式)

안주(安住)하려 합니다.

죽음을 통해서만 서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査實)을 잘 알면서도

낡은 껍질을 포기(抛棄)하지 못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사순절순례(四旬節巡禮)의 여정(旅情)에 오른 우리,

인생(人生)이 순례(巡禮)임을 깨닫게 해 주시고,

순례 길에 불필요(不必要)한 것들을 과감(過感)히 덜어낼 수 있는

지혜(智慧)의 용기(勇氣)를 허락(許諾)해 주십시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方向)으로 돛을 펴는 선원(船員)들처럼

우리도 성령(聖靈)의 바람을 향해 몸과 마음을 열게 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주님을 향해 항해(航海)하는

천국(天國)의 순례자(巡禮者)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아멘.

-김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