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지도만 갖고 목표물 찾아라" 오리엔티어링 종목 눈길

 

세계소방관경기대회…보물찾기 형식 흥미

 

 

소방관들이 진지하게 오리엔티어링 경기에 임하고 있다.25일 오전 11시30분 두류공원 야구경기장 옆 작은 숲길. 한 소방관이 손가락에 전자카드를 부착하고 지도인 위치설명표를 펼쳐든 채 나침반으로 표적물인 오렌지색 깃발을 찾았다. 폭염으로 땀을 연방 흘리고, 달려온 탓에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소방관은 위치설명표에 있는 기호를 읽어내려 갔다. 기호는 숲덤불을 표시하고 있었고, 동시에 모퉁이에 표적물이 있다고 그려져 있었다. 나침반을 꺼내든 소방관은 드디어 정확한 깃발의 위치를 찾아냈다. 즉각적으로 100m 단거리 질주를 하듯 깃발쪽으로 달렸다. 깃발앞에 도착하자 전자카드를 끼운 손가락을 대고 해당깃발을 발견했음을 전자 입력했다. 이 소방관이 다른 표적을 찾으러 자리를 뜨자, 곧 다른 소방관이 이 표적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2010세계소방관경기대회 오리엔티어링 종목에 참가한 소방관이다. 이 종목엔 총 88명이 출전했으며, 이중 38명은

미국·프랑스 등 외국 소방관들이다.


오리엔티어링은 숲속에서 나침반과 지도만 들고 숨어있는 표적물을 찾아내는 경기다. 일종의 보물찾기 같은 경기여서, 소방관과 산악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무난하게 참여할 수 있다.


이날 두류공원 지도를 제작하고 개별코스를 설정했다는 안상윤 (사)대한오리엔티어링연맹 지도제작 이사는 "승부를 위한 경기가 아니다. 성별과 연령, 수준에따라 코스가 설정되는 만큼 전문 소방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참여형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안 이사는 또 소방관들은 이 경기를 통해 산악구조 등 재난상황 시 복잡한 지형 속에서 표적물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시작 19분만에 한 프랑스 소방관이 결승점으로 뛰어들었다. 현장에 있는 스태프는 물론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경기시간을 최대 5시간으로 정한 만큼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은 몰랐던 것. 이 종목 담당관인 대구시 수성구생활체육회 이환조씨는 "외국선수들의 스피드와 방향감각은 놀라울 정도"라면서 "달리기 실력도 선수급인데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 역시 여느 전문 스포츠인 못지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여성 소방관도 출전했다. 울산 동부소방서 구급대원인 신혜숙씨(30)는 경기결과에 흡족해 했다. 초보코스에 참가에 20여분만에 경기를 마친 신씨는 사전준비를 조금만 더 했다면 고난도 코스에도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오후 1시16분쯤 88명의 참가 소방관들이 모두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경기가 끝났다.


이날 최고난도 코스에서 동메달을 딴 박충배 대구 서부소방서 소방관(33)은 "메달까지는 기대 안했는데 너무 기쁘다. 기회가 있다면 또 한번 도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