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버님은 이북 백두산이 가까운 곳, 함경남도 갑산이 고향이십니다. 그곳에서 풍산 처녀인 어머님과 결혼하셔서 두 따님을 나셨다가 두분 다 어릴 때 돌아가시고, 이어서 지금의 큰누님과 둘째누님을 낳으셔서 키우셨습니다.

 

북한이 공산치하가 되면서 예전에 없던 집회에 모일 것을 강요하였지만, 참석에 적극적이지 못한 아버님을 어느 날은 공산당원들이 주민들 앞에서 세워놓고 자아비판을 시키자, 아버님은 쌍놈들이나 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드셔서 모든 것을 두고 1.4후퇴 때 두 딸을 앞세우시고 38도선을 넘어 남쪽나라 충청도로 내려오시게 되었습니다.

 

충청도에 터전을 잡게 되신 것은 당시 이북에서 비결책이라고 하는 정감록을 보시고 결정하신 것이었지만, 도리어 충청도에서 병이 걸려 이북에서 가지고 내려오신 모든 돈을 병 치료에 그만 다 써버리시고 무일푼이 되어 서울 약수동으로 올라오시게 되었습니다.

 

약수동에서 셋째누님, 형님, 저와 여동생 등 4명을 더 낳아 기르시다가 제가 초등학교 입학한 다음 달 잠시 후면 다시 올라 가실 것으로 생각하시고 내려온 그리운 북한의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하시고 고만고만한 어린자식 여섯을 나두시고 한 많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다행히 아랫집에 사시는 이북에서 내려오시고 같은 김해 김씨이신 실향민 한분과 의형제를 맺으셨는데 어느 날 그분의 손에 이끌려서 동네 앞의 교회에 발을 들여놓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돌아가시기 3개월 전의 일이셨습니다. 돌아가시는 날 아랫목에 누우셔서 천정을 가리키면서 어머님에게 내가 천국에 간다고 말씀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조금 후에 의형제를 맺으신 동생의 연락으로 목사님이 도착하시고 돌아가신 아버님의 평온한 얼굴을 보시고 영감님은 천국에 가셨다고 목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장례를 치루기 어려운 것을 아시고 교회에서 장례를 마치도록 도와주셔서 우리 가족은 처음 본 교회 성도님들의 도움에 어쩔 수 없이 코가 끼어(?) 그 다음 주부터 어머님을 따라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를 다녀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어머님은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교회 출석을 꾸준히 하시는 덕분에 어린 저희들도 일요일이 되면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청소년기에 어머님 혼자서 6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또 가정의 어려운 형편으로 항상 식구들 간에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무능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정말 복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발견하면서 그동안 아버님에 대해 원망했던 제 자신을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아버님이 이북에서 남한으로 내려오려는 선택과 결정을 하지 안했다면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 과연 가능했을까하는 마음이 들면서 첫 번째 감사하게 되었고,

 

두 번째 감사는 돌아가시기 3개월 전에 교회에 출석하셔서 우리 온 가족이 교회로 연결될 수 있는 끈을 만들어 놓으시고 돌아가신 선택과 결정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버님의 두 가지 선택으로 인해 우리 6식구와 어머님 그리고 사위들과 이제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넘어 손자, 손녀들까지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주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가족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약속의 말씀이 한 사람 아버지를 통해 우리 온가족과 자녀들에게도 실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재벌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수천억의 재산을 물려준 것보다 더 큰 유산을 물려주신 아버님의 선택은 정말 가장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선택과 결정의 순간순간에도 후회없는 결정이 내려지길,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만을 드러내면서 아버님께서 못 다하신 복음 사역의 몫을 제가 감당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나의 선택이 우리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삶에 가장 중요하고도 영원한 생명과 관계가 있다면, 우리는 항상 바른 결정을 하도록,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의 아들도 복음의 진리를 깊이 깨달은 후에 감격과 기쁨으로 제가 했던 고백과 감사가 이어지길 기도합니다.

 

어버님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2014. 5. 28

 

사무실에서 비상대기 하면서 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