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장님은 진짜 신자예요!

 

고요나단(중국)

 

요즘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큰 어려움에 닥쳐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많은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저도 이 나라에 온 지 어느 덧 10년이 되었는데 여기 온 이후로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을 처음 느끼고 있습니다. ‘돈을 사용하기가 이렇게 무섭구나’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답니다. 어서 속히 이 경제 위기가 물러가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특히 여기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은 환율로 인한 비용이 절반이 깎여버려 사역비는 물론이고 생활비도 충당이 안 될 만큼 어렵게 지내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쓰리지만 이런 때 일수록 기다리는 인내를 배우고 있답니다.

제가 사는 이 도시에 12만 명을 웃돌던 한국인들은 이제 7만 정도로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만큼 경제적인 이유로 이곳을 떠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인건비가 더 싼 지역으로 이동하고 해서 아마도 숫자상으로 크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하기야 여기에 온 유학생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었거든요. 주택 임대비도 크게 줄어 오히려 집 주인들이 한국인들이 나갈까봐 선물까지 주면서 “제발 더 살아 달라” 사정하는 입장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

 

이번에 제가 잘 아는 분이 경영하시는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만 수출하는 의류회사인데, 환율 문제로 단가를 맞추지 못해 버티다가 결국 포기하게 된 것입니다. 그 회사에는 저희가 열심으로 도와서 회사 안에 교회가 생기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처음 들어가서 소그룹 모임으로 시작 했는데 문을 닫을 때까지 무려 3대까지 제자들을 배출하는 놀라운 신앙적 발전을 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최우선의 조건이 오너의 결단입니다. 사장님은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뢰하고 공인들을 격려하며 회사를 경영하였습니다. 오직 신앙으로만.

이번에 공장을 정리하면서 사장님은 다른 회사 사장님들과는 좀 다르게 하시는 걸 보고 마음에 진한 감동이 왔습니다.

일단 회사를 정리한다는 통보를 촌(村)정부에 한 다음에 직원들을 여기저기 다른 회사에 알선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도 부탁을 하였지요. 어차피 그들이 해야 할 선택이지만 사장님은 사무직원은 물론 공인(工人)들까지도 하나하나 아시는 분들의 공장에 사정해서 그들이 가능하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의 집을 파는 등 회사 직원들의 급여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공장 임대비도 주인이 과하게 요구 했지만, 잘 타협하고 적절한 선에서 서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현지인들에게 한국인들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치는 자세가 아니라 당당하게 타협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로 표현하니까 쉬워 보이지만, 여기서 기업 정리하는 거 보통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경험해 보신 분들은 이 사장님이 얼마나 큰 용기를 가지고 기업을 정리하셨는지 잘 아실 겁니다.

얼마 전에 그곳에서 일하던 현장 근로자가 제가 방문한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로 얼굴을 알고 있기에 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만났습니다. 그 자매님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 회사 사장님은 복 받을 겁니다, 저 같은 사람까지 챙겨 주시니… 그 사장님 다시 이곳에 공장을 세우면 언제라도 가서 그분을 돕겠습니다.”

그러면서 직원들 보낼 때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아 주며 “미안하다, 미안하다”했다는군요. 그러면서 “우리 사장님은 진짜 신자예요!”라고 했습니다.

그 자매님은 그 회사에 입사해서 기독교 신앙을 얻게 되었는데 속으로 “저렇게 착한 사람도 있구나”했답니다. 그리고 그 사장님 때문에 신앙을 갖게 됐구요.

저는 사장님이 현장 근로자들의 명절 선물을 주기 위해 직접 시장에 나가시는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미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는 제가 직접 도매시장을 뒤지고 다녀본 입장이라 그분의 의도를 잘 이해합니다. 그분이 공인들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낮은 자세로 오히려 그들을 배려하고 섬긴 것이 그렇게 많은 공인들로 하여금 기독교신앙을 가지게 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간사님! 저 이제 한국으로 들어갑니다. 그 동안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얼마 후에 다시 올 계획이니 그 때 식사라도 같이 하시지요.”

“네! 집사님도 건강하시고, 반드시 다시 일어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분은 공장 직원들에게 대놓고 예수 믿으라고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잘 대해준 것 밖에…

그분의 영향력을 생각했습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과연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야반도주나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치는 비겁함이 아니라, 어렵지만 용기 있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집을 팔아 급여 다 정산해 주고, 직원들 앞날까지 신경 써 주시는 그 마음은 반한(反韓)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곳 사람들에게 오히려 ‘저런 훌륭한 기업인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교회에서도 중등부 교사로 섬기면서 회사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학생들 연합수련회에 참여하여 학생들을 일일이 보살피는 열정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분이 떠나신 것을 많은 동료들이 아쉬워하였습니다.

그분은 회사를 자기의 경륜과 아는 지식으로 경영하지 않았고, 오직 믿음으로 경영하였습니다. 그분은 축복의 통로였습니다. 그분은 항상 하나님의 영이 충만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

 

사역자. 중국

인터넷 갈릴리마을 가족

       낮해밤달 4월호에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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