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앞둔 40일간 사순절 어떻게 보낼 것인가    [2010.02.16 18:07]


내 안에 세상의 것 비우고 안팎으로 십자가 사랑 가득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고 죄와의 결별, 경건한 삶을 다짐하는 사순절이 시작됐다. 올 사순절은 17일 ‘재(참회)의 수요일(Ash Wednesday)’을 시작으로 종려주일, 고난주간을 거쳐 부활절인 4월 4일 전날까지 주일을 제외한 총 40일간 계속된다. 사순절은 AD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돼 현재까지 지켜오는 교회의 주요 절기다. 3세기까지는 부활절을 앞두고 2∼3일 금식하는 것이 관례였다. 40이란 수는 예수님의 40일 광야기도, 모세의 시내산 40일 금식기도, 이스라엘의 40년 광야생활, 예수님의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40일 등 고난과 갱신, 변혁을 상징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해마다 사순절이면 교단별 묵상집을 펴내 성도들이 말씀 속에서 지내도록 독려하는가 하면 교회별로 특별 새벽기도회 또는 금식기도회를 선포,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는’(마 11:21) 심정으로 주님의 고난에 동참케 했다. 또 성도의 불필요한 소비는 없는지 점검하고 구원과 연관된 묵상을 하게 하며 가족 모두 금식을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을 갈망케 도왔다. TV 시청하지 않기 등 문화 금식운동, 사랑의 헌혈, 소외된 이웃 돌보기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올해 사순절은 어떤 자세로 보내야 할까.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성도 개개인이 세상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십자가 신앙 회복, 경건의 생활화, 나눔 운동의 확산, 사랑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 공의 정착운동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 욕망의 수레바퀴에 갇혀 살던 몸과 마음에서 벗어나 신앙의 본질과 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만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옷만 찢지 말고 심장(마음)을 찢어라”(욜 2:13)는 말씀처럼 흩어진 마음을 모아 주님께 돌아올 것을 촉구하시는 그분의 음성에 적극 응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복규(한국중앙교회) 김명혁(강변교회) 원로목사 등은 사순절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길선주 이기풍 이성봉 김치선 한경직 목사 등 믿음의 선배들이 한결같이 붙잡았던 십자가 신앙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현세적인 성공주의에서 벗어나 자기 부정과 희생의 신앙을 되찾을 때 온유와 겸손, 화해와 연합이 진정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부활절을 앞두고 과시적 행사 위주에서 탈피할 뿐 아니라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지 못한 위선적이고 배타적인 죄를 통회 자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通)신학자 조병호 목사는 “우리는 고난이라고 하면 고통과 절망을 떠올리지만 사순절은 고난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밝히 드러낸다”면서 “사도 바울처럼 고난의 영광을 새롭게 깨닫고 의의 면류관을 향해 달음질치는 성숙한 크리스천이 되자”고 말했다.

김운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는 40일 새벽기도 또는 작정기도, 성경 암송과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가기 운동을 제안했다. 김 총무는 “모든 성도가 40일간 특정 시간을 정해 기도하고 성경말씀을 한 구절 이상 외우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되새기면 좋겠다”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 올바로 뿌리내리면 삶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