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미로 살아가면서 자식 내려놓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내려놓는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모처럼 남편이  비싼 아이스크림(베스킨아이스크림)을  사왔다.

반갑고 들뜬 마음도 잠시,

우리는 치열한 숟가락 전쟁을 벌여야  했다.

 

치열한 전쟁터에 남녀노소가 어디 있단 말인가?

어쩌다 한번 맛보는 그 별나고 맛난 아이스크림을

넉넉한 마음으로 사온 아빠도, 하루종일 애들 뒷바라지에 허리가 휘는   이 엄마도

점잔 빼며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스크림 통의 바닥이 보이려는 그때쯤, 딸아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빠!!  숟가락 좀 내려놓으시죠~ 아, 내려놓음이라는 책도 안읽어보셨어요?"

 

아.....내려놓음이라는 것이 이런 말이었나??.....흥~못된 것!

염치없는 웃음을 지으면서도 아빠는 마지막 한 숟가락을 옴싹 퍼간다.

 

참 욕심이란 것이 보기 민망스럽다.

체면 구기면서까지 계속 움켜쥐려는 모습은 나 자신도  환멸이다.

영적으로 '이건 아니다' 하면서도, 하나님의 얼굴이 왔다갔다 하면서도

손바닥 하나로 하나님의 얼굴을 가려보고자 하는 내 속물적 근성은

주님과 대면한 고요한 그 시간, 여실히 드러내며 나를 고문한다.

 

엊그제 강돌이녀석의 영어학원 성적이 나왔다.

잘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닌 척 하면서도 세상 가치관에 기웃거리고,

초월한 척 하면서도  성적표 등수에 연연했다.

 

공부 좀 잘한다면 글씨  못쓰는 것도 용서가 되고,

일관성 있게 엉망징창인 책상서랍은  때때로 창의력 있는 애로 여겨줬다.

그런데 시험점수 꼬라지를 보니

날아가는 글씨 속에 얼렁뚱땅하려는 녀석의 평소 뺀질근성이 보이고

언제나 수렁같은 녀석의 방은

순서도 없고, 내용도 없는 녀석의 내면인거  같아 울고 싶었다.

 

그래서 소리소리 질렀다.

"넌 이제부터 학원이고 뭐고 가지마. 그냥 집에서 혼자 놀든지 뒹굴든지 네 맘대로 해

너란 녀석의 뒤를 봐주기 위해 아빠는 매일 출장가고 그 비싼 수업료 대주는지 알아?

얼마나 아빠가 힘들게 일하고 벌어온 돈인데 넌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쓰는거야??!!"

말하면서도 내 목젖이 뜨거웠다.

 

얼마나 힘들이며 수고하며 피를 흘린 값인데

넌 이렇게 대충 사는 거야.....내게 하는 말 같아서였다.

 

강돌인 학원을 끊고

인강인가 뭣인가 하는 것을 들으며 혼자 공부하고 있다.

녀석,,,공부좀 잘해주는 것이 뭐 그리 힘들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공부가 그래도 쉬었던 것 같고만~

 

하나님의 방법은 쉽고 간단한 것을

혹 나 역시 어렵게 어렵게 뺑뺑이 치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쩝......갑자기 목뒷덜미가 땡겨진다. ....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