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생의 하프타임 즈음에 와 있습니다.

얼마의 하프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그대들의 상상에 맡김)

그렇습니다.

인생의 하프타임 즈음을 먼저 알리는 것은 이 수 십년 묵은 몸이었습니다.

오늘은 추석 긴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쓸 돈도 필요하고 해서 은행에 가려고

마을버스를 탔습니다. 저는 은행 털러 간다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반면 우리 아들은 엄마가 은행만 가면 돈이 저절로 나오는 줄 압니다.(쨔샤 내 잔고를 털러 간다^^)

현금 인출기앞에 섰을 때의 황망함이란..

버스카드만 달랑 들고 나온겁니다.

온갖 통장과 카드는 몽땅 빼놓는 채...진짜 죽고 싶었습니다.ㅠㅠ

 

다시 마을버스에 몸을 싣고 내릴 즈음에 저, 기우뚱 기우뚱 균형 안 잡혀 뒤집어

질 뻔했슴다. 아니 균형감각하면 끝내 줬던 저인데!! 이젠 균형 감각마저도~~

이제는 균형감각마저 내려 놓아야 할 판입니다.

저 소싯적에 달리기 퀸카이었습니다.

전혀 못 달릴 것 같은(뭐, 청순,연약, 고상 이미지로^^)  제가 달렸다하면 처음이면 선두로 휘날렸고

끝주자면 지고 있더라도 단숨에 따라마시는 퀄러티 높은 순발력과 지구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런데....언 3여년 전에 개망신 당했슴다.

아버지학교 스텝이었던 남편 따라 아버지학교 운동회에서 아무도 안 시키는데

잘난척하며 자원해서 나갔다가 막판에 슬라이딩해서 엎어졌습니다.^^!

꽤 심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아프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창피했슴다.

아니, 상체는 열라 앞으로 나가는데 하체가 안 따라 오는 경험해보셨는지??

진기한 경험이었슴다, 그리고 육상레이서 그거 내려 놓았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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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은 저보다 네 살 연상입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 저보다 앞서 가고 먼저 경험합니다. 무엇을요? 노화를 말입니다^^

수 년 전에 제가 무수히 구박했습니다.

그의 깜박거리는 기억력, 이해되지 않는 노안(책을 코 밑에 들이밀며 진짜 안보여?안보여?했슴다)

그리고 맨날 침 발라 넘기는 책장...

제가 그 땐 침 튀겨가며 훈계를 했더랬슴다. 당신 맨날 감기 걸리는 거 침발라 책장

넘기는 탓이다. 사람이 왜케 디럽냐..부터해서...

제가 청결에 한 목숨겁니다. 그래서 락스와도 아조 친합니다^^

잠깐 엘리베이터 눌렀어도 들어와 손 씻고, 식당에서 종업원 부르는 벨도 절~대 기냥 안 만지고

휴지로 대고 누르고....헤아릴 수 없슴다(넘 깔끔 떨다가 신종풀루 먼저 걸렸슴다^^막 열나서 죽는줄 알고 엄청 기도했슴다)

그런데 바야흐로 그 세월은 저에게도 와서

성가대에 성가집들고 섰는데 이게 이게 책장이 안 넘겨지는 겁니다.

노화는 수분의 부족이라....

그래,얼른 침발라 넘겨씀다.에구...

"엄마 이거 안 보여?"하며 책을 코밑에 들이대는 아들 녀석

"야이 쨔샤~~~노안땜에 안보이잖아~~ 저리저리 떼어봐~~~"

혜숙자매와 남대문 갔다하면 올 때 기를 쓰고 앉습니다.

이젠 제 몸을 지탱하는 저의 다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생의 하프타임은 저를 슬프게 합니다.

소망이 없게 합니다.

 에구 하나님은 기냥  20, 30대의 모습 그대로 살다 부르실 것이지..

하며 원망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소망없음이 더 주님을 의지하게 합니다.

너 다시 20 대로 갈래 하고 묻는다면 별로 가고 싶지 않네요.

글구 조기조기 싱싱한 처자들도 그닥 부럽지 않네요^^"니들도 잠깐이다~~~~아 공평하신 하나님!!"

그래서 조기조기 이쁜 30대 순원들 한 개도 부럽지 않습니다.^^

먼저 맛 본 자의 여유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저의 겉사람은 이렇게 날마다 후패해져 가지만

저의 속사람 하나님 아는 지식과 사랑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돌아가고 싶겠습니까^^

그리고 인생의 쓴 맛을 먼저 본 남편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성연씨 괜찮아요. 저는 벌써 경험했거든요~"

저의 건망증, 저의 노화현상들을 너그러이 받아줍니다.

(에구 연하랑 결혼했었음 어쩔뻔 했겠습니까?? 인생구박아니겠습니까?

자매들이여~~연하는 버리고 연상을 취할지어다!!!!) 

육체의 후패해짐을 통해

하나님께 더욱 소망을 갖는 인생이

이젠 행복합니다. 또한 "서로 마주 보는 것 같이 밝히 알게 될 그 때"에는

상상하지 못 할 모습으로 변화하리라 믿~~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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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아가씨! 여기서 5번 마을버스 타는 거 맞남?"

아가씨??누구??암도 없는디! 그럼 나네!!!

이런 황홀~~~ 왕창 노안 온 할머니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

헤벌쭉 웃는 제가 서 있슴다.

그리고 그 날 밤 당연 남편에게 침 튀겨가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울 남편 좋은게 좋은 거라고 같이 호응해주며 웃습니다.

지가 이 맛에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