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아들녀석이 무슨 비밀이야기를 하는지 속삭속삭.....

그러나 천하에 입 가벼운 우리 산하소녀, 역시 근질근질한 입을 가만두질 못해 뽀로록 달려와 하는 말

“엄마 강산이 반 유진이 알지? 게가 강산이 좋아한데. 그래서 지금 강산이 급 흥분했어”

참,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기도 하지요.

 

편식의 원조, 게으름의 지존인 녀석이 한심해서 늘 했던 말이

“너 그렇게 편식만 해봐, 여자 부족한 세상에 장가가기 힘들어. 한국여자와 결혼하고 싶거든 공부를 잘하든지

 키가 크든지 해야 할 거 아냐? 키도 작아, 공부도 안해. 뭔 배짱이야?”

 

진짜 고민이거든요.

초 1때부터 키 번호 1번을 단 한번 양보 없이 지금껏 왔습니다.(꺼이꺼익~)

한약도 몇 차례 먹여 봤구요, 키 크기에 좋다는 운동기계도 거금 40만원 주고 거실에 떠억 들여다 놨다는 거 아닙니까?

“마른 뼈에 생기를 불어 넣으신 하나님, 죽은 나사로도 살리신 하나님, 강돌이의 짤막한 뼈에 생기를 불어 넣으시사

 더도 말고 여름방학 때 10센티만 크게 하여 주옵소서”

열심히 기도 중이었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 아들에게도 눈 먼 여자애가 나타났다네요.

베트남 여자도 아니고 한국여자~ 할렐루야죠.

공부도 잘해요. 책도 많이 읽어 생각도 깊어 보이고요.(근데 왜 강돌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강돌이가 전학 와서 처음 만난 짝인데 강돌이에게 참 친절히 대해줬던 콩쥐같은 아이랍니다.

 

그런데 선악과 맛을 본 이 엄마,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글쎄...

“안돼...유진이도 키 작잖아. 둘이 뭐 소인국 만들 일 있냐?”

유진이도 여자 중에서 키 번호 1번이거든요.

다 좋은데...착하고 영리하고 예쁜 애인데....글쎄 키번호 1번.....

 

 “내 안에 주님 있거든~”

하면서도 어찌 이렇게 간단하고도 쉽게 본능이란 괴물은 튀어 나오는 건지......

주일성수 철저히!

십일조 안 떼먹기!!

성경공부 노력 중!!!

막상 눈에 보이는 큰 결정권은 주님께 드려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결정권은 언제나 내 차지. 

 

엊그제 수련회에서 아픈 아이(정신지체장애)를 안고 기도하는 자매를 봤습니다.

키 한 자를 크게 할 수도 없는 이 쓸데 없는 염려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그 자매가 만약 제 하는 말을 들었다면....휴....

그날 이후 짤막하고도 게으름뱅이 강돌이녀석, 어찌나 귀하고 감사하던지요.

짤막하지만 운동도 잘하고, 게으르지만 유머도 알고, 뺀질거리지만 눈물도 많은 녀석을 무조건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아들을 좋아한다는 유진이도 참 고맙고요.

(언제 식사라도 한번 해야 할텐데...^^)

 

그래도.... 너희들, 키 좀 어떻게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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