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이번 여름 휴가는 별 흥미가 없었습니다.

해마다 동생네 식구들과 움직이는 부산함속에 왕성한 생명력과 가족들을 위한 힘들지만 즐거운 수고를

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동생들과 휴가날짜를 맟추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만 떠나는 악몽아닌 악몽을

예감했기 때문입니다. 저를 이상히 보실 수도 있네요. 변명인즉, 수 년전에 아들과 남편과 텐트 들고 셋이서

떠난 그 여름 저는 심심함에 치를 떨었습니다.

오직 낙은 밥하고 설거지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용함을 즐기는 남편은 그야말로 신선이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자다가 일어났다가 책보고 더우면 계곡 들어가 몸 담그고...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레(?) 저를 바라보는 얼굴을 보며 마음의 칼(?)을 갈았습니다 .

"방콕할지언정 내 죽어도 이런 심심한 휴가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고

 

그런데 2010년 여름. 또 다시 그 때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가 하는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을 쯤,

저의 사랑스런 준호씨는 날마다 인터넷 써핑을 통해

드디어 값싸고 너무 근사한 펜션을 구했다고 침을 튀겼습니다. (이런 된장!)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남편이 우리 가족만의 조용한 휴가를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웠겠습니까.

착하고 순종적이고 바가지 아니 긁는 제가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

따라나섰습니다.(이런 된장하며^^)

여기까지는 맛없는 에피타이저였습니다.

 

드디어 남편이 예약한 초잎새펜션(이름도 낭만적이죠)에 도착~

양평인데도 엄청 막혀 강원도 골짜기 가는 수준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펜션의 겉모습은 그럭저럭 낭만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에구 이렇게 작은 방도 있다니 하며..

원룸에 2~3명이 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었습니다. 은근히 실망이 되며, "그럼 그렇지 이 가격에 뭘

바란거야.배성연"

 

그런데 이 펜션의 작은 방의 진가는 곧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피부가 약해 여름에도 설거지시 고무장갑을 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고무장갑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여행 좋아하는 제가 그 좋은 펜션과 콘도 호텔을 다 가봤어도 고무장갑 비치한 곳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공간에는 고무장갑을 비롯해서 없는 게 없었습니다.

작은 젠자렌지, 성능 좋은 작은 압력밥솥,쓰기 편리한 주방도구들,양념들..

화장실에는 샴푸,린스,바디샴푸,로션, 잘 말린 듯한 여러 장의 타올들

인터넷은 물론 가능하고..

작은 방의 위대함을 보았습니다. 이리도 작은 공간과 쓸모있는 물건들의 배치.

 

그 다음 작은 방의 진가입니다.

넓이에 매인 청소의 고달픔을 해방시켜 주었습니다. 

최소한의 공간이기에 특별히 청소시간할애가 필요없었습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은 휴가이기에 먹을거리도 대충 준비해 끼니마다

조촐한 식단으로 설거지의 수고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또 다른 진가가 있었습니다.

그 작은 한 공간에서 가족과 오래 있어 본지가 오래간만이었습니다.

긴 시간 남편과 아들과 얼굴 맞대고 있어 봤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 가면서

필요한게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큰 평수의 아파트와 보기 아름다운 그릇들, 옷들, 그 밖의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주는 가정용품들...

그것들은 고가도 있기에 쓸 때도 조심스럽고 남편이나 아이들의 부주의로 상했을 때 눈흘김과

내 마음의 상함도 함께 왔습니다.

그리고 청소하기에 힘들면서도 지금 사는 평수보다 더 아래 평수에는 눈조차 돌려 보지 않았고

기회되면 좀 더 넓은, 좀 더 쾌적한 평수로 옮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또 친구의 집들이에 가서 잘 인테리어한 것을 보고 우리 집도 어떻게 해 볼까하는

고민아닌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반찬이 쫘악 깔린 한정식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집의 밥상도 맛은 없어도 반찬이 최소 6~7이상으로 놓고 먹는 걸 즐깁니다.

 

너무 많은 것들에 매여 살지 않았나 묵상되었습니다.

단순함과 최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너무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있습니다.

비신자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로펌의 대표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60평이 넘는 그녀의 집은 20여년전 20평대에 아파트에 살 때처럼

오늘 이사할 집처럼 보입니다.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고 별 장식품도 없고 꼭 필요한 것들로만 배치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인테리어 수준을 우습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

그것은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그녀의 현명함이라는 것과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또한 그녀의 내면은 우리나라 최고의 학부를 나온 자존감과 남들과 다른 지혜로움과 현명함이

그녀를 당당하게 했고 겉치레에 신경쓰지 않게 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비신자 친구보다 더 집착하며 살아 오자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내 안에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더 당당하고 지혜로움과 현명함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겉치레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이번 휴가지의 작은 방처럼 작지만 그 내면에 골고루 잘 채우는 유익을

배웠습니다.

또 진정한 휴가는 쉼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남편과 쉬면서 등 맞대고 책 읽고 함께 큐티하고 계곡에서 몸 담그고...

내년 20주년 결혼기념일에는 책을 잔뜩 싸 가지고 인적 드문 아름다운 섬에 가서

둘만의 진정한 휴가를 즐길 계획을 세웠습니다.(^^따라 오실 분?)

그리고 이 세상을 최소한의 것들로 만족하고

다른 영적인 것들에 욕심을 내는 제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하나님께서 여러가지 묵상으로 인도하신

아름다운 쉼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개버릇 아직도 남주지 못했습니다^^)

양평 국도변에 즐비한 한정식 집들의 간판이 제 눈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여기는 전주한정식, 저기는 전라도 한정식, 요기는 시골 밥상 한정식....

으아~ 왜 이리 많은겨?? 쥑이네~ 어딜갈까 하며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는 소리가

운전하는 남편 귀에 들렸나 봅니다.

"성연씨 좋아하는 한정식 먹고 싶죠? 어디로 갈까요?"

"조기조기 전주한정식집이용!!"

에고 인생의 먹는 다이어트는 안되나 봅니다.

나오면서 성연이는 또 심오한 묵상을 했습니다.남편 몰래

"역시 한정식은 진짜 전주에 가서 먹어야 돼.된장~ 나중에 준호씨 몰래 혜숙이랑 당일치기

전주한정식 먹으러 가야징" 에고 주여 불쌍히 여겨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