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날씨가 이리 좋은줄 몰랐습니다.

몇 일 골골거리며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더니,  어느 새 새싹티를 벗어난 잎새들이

청춘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오늘 에스라서를 마쳤습니다.

제가 한 때 좋아한 분이라서  그의 굵직한 삶을 잘 전하고 싶었는데

막간에 저의 몸이 부실해지는 바람에 

불꽃같은 그의 생애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거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처음 시작은 어찌보면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오염된 땅을 정화시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지요.

폐허 위에 성전을 짓는 일은 그래도 쉬웠습니다.

그러나 죄악된 민족을 하나님께로 돌리는 일은 뼈를 깍는 아픔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에스라가 좋습니다.

빈틈없고, 자존심 디게 쎄고, 꼬장꼬장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

메모광에 '뻑' 하면 저울 가져오라고 소리질렀던 대쪽같은 랍비영감.

저는 사실 원칙주의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데...에스라는 멋져보입니다. ^^

찬비 내리는 그날 밤, 후광처럼 빛나 보이는 그의 영적 캬~~~리쑤마를 보셨나요???

 

남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일,

욕 얻어먹어 가며 사랑하는 가족까지 기어이 떨어뜨리고 마는 

그의 독기어린 눈빛이 섬뜩했지만  그 뒷면에 아픔 벤 그의 고독이 느껴왔습니다.

그의 어깨 위에 놓인 바위같은 영적 부담감이 참 쓸쓸해보였습니다.

 

변칙이 가득하고, 신앙과 세속이 손을 잡은 이 시대에

에스라같은 영적 지도자가 과연 우리에게도 나타날까요?

그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는 무슨 말을 할까요?

일단 그의 옷이 남아돌지 않겠지요.

다 찢어서 말입니다.

 

죄를 보면 거룩한 분노를 보였던 에스라가 참 그리운 시대입니다.

한뼘 되지도 않은 우리의 마음하나를

제대로 갈피잡지도 못한 채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겐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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