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들녀석의 시험이 끝났습니다.

둘째라 그런지 큰 딸 보다는 확실히 손이 더 많이 가는 아이입니다.

남편은 이런 저를 늘 못마땅해 하죠.

진정 사랑한다면 강하게 키우라며....

 

그러게요....내년이면 저 철딱서니 없는 녀석도 중학생.

그래서 요번 시험 만큼은 혼자 보게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영 자신이 없나 봅니다.

동안 엄마의 명쾌한 정리와 가르침으로  날로  공부를 해왔을 테니까요.

망설이다가 한 학기에 한 번 보는 시험이기에 또 정성을 다해 가르쳤습니다.

 

시험이 끝난 아들에게 어떻게 치뤘냐고 물었습니다.

일단 녀석은 그 많은 아이들이 어렵다던 수학과 과학에서 선전을 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국어 문항에서는 쓸데 없는 배경지식을 늘어뜨려 놓았고,

반 아이들 대부분이 백점 맞는다는 영어에서는 아예 곡예를 부렸더군요.

 

녀석의 징크스는 쉬운 문제가 나오면 거의 백전백패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도 아들녀석은 제가 화가 난 이유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다시 짚어 주었죠.

국어 출제자의 의도는 너의 잡스런 지식이 아니라 질문에 대한 너의 조촐한 단 한마디 답변이었단다.

영어 출제자의 의도는 겸손하게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지,  동사의 첫 글자를 니 맘대로  대문자로 바꿔쓰는 것이

아니었구.

그리고 지금 이 엄마가 화가 난 이유는, 반복되는 실수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너의 줄기찬 경솔함 때문이란다.

어쩜 그리 출제자의 의중을 모를 수 있니?

아무리 근사한 답변을 늘어뜨려 놓아도,

출제자의 의중을 피한 답변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단 말이다.

 

아들은 고개를 떨구며 제 방으로 들어가 여태 안 나오고 있네요.

 

엊그제 예언서 "예레미야"를 마쳤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 면이야 예레미야는 분명 실패자였죠.

백성들은 그의 말을 완전히 무시했고, 히스기야처럼 그는 하나님의 심판을 돌이키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습니다.

바벨론의 회초리를 들면서도 새언약의 보물상자를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을요.

그래서 끝까지, 변함 없이, 때로는 지루할지 언정...그 분 곁에 남아있기로 했죠.

 

좀더 출제자의 의도에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더 나은 점수를 맞았을텐데

결과물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괜찮은 점수일지는 몰라도

뒷끝이 영 개운찮은 제 마음처럼

열매보다는  한걸음 한걸음 떼는 그 과정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답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당장에 손 놓고 싶을 정도로 멸시만 당한 사역을 그토록 오랜 기간 감당한 예레미야처럼

끝까지 자신의 일을 마치는 자,

출제자의 의도를 알아채며 근사한 답변은 아닐지라도

소박하게 주어와 서술어를 기술하여

최소한  후회와 뒷끝 없는 인생이 되길....아들이나 저나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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