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지하철을 타고 9호선 선유도역에 내렸습니다.

역 바깥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여러 명의 승객들이 머뭇거리며 모여 있었지요.

이유를 본 즉, 쏟아져 내리는 빗물이 계단을 타고 마치 계곡물 처럼 흘러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옆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1층에 올라보니 앞이 보이지 않는 비가 폭포수 처럼 내리고 있네요.

 

우산은 이미 받으나 마나 허리 아래쪽은 다 젖어 버렸고

기다리는 700번 버스는 10여분이 지나서야 도착했습니다.

겨우 탄 버스에 빈 자리를 잡았는데

창쪽에 않으신 인상 좋아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어디까지 가세요?"

저도 대화를 나누었지요.

금옥여고 앞까지 가신다는 말씀에 잠시 비 이야기를 더 하다가

4영리를 전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에 신앙의 배경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자신은 성당에 다니고 계시며,

몇 일전 공원에서 어떤 청년으로부터 성당은 안 되고 교회에 다니셔야 한다는 권유에

마음이 많이 상했노라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청년의 열심이 아저씨의 마음을 언짢게 했지만

보다 부드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알게 해 주었고,

천주교나 기독교의 뿌리는 같으며,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와 하나님으로 영접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4영리를 꺼내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드렸습니다.

1원리, 2원리, 3원리를 읽어가는 동안 아저씨는 "그렇지, 그렇지"하시며 반응을 보였고,

4원리에 다다르자 참 설명 잘 한다고 칭찬도 해 주셨습니다.

 

이미 버스 안에는 비에 젖은 사람들이 거의 가득 차서 어수선한 분위기 였으나.

영접기도문까지 읽어드린 후 기도문이 마음에 드시냐는 저의 질문에

아저씨는 마음에 쏙 든다고 하셨습니다.

함께 기도하실 것을 권유하였으나, 다른 승객들이 의식되셨는지

나중에 하시겠다고 거부하셔서 함께 기도하지는 못했지만,

책자를 달라고 하시며, 집에서 따로 기도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아쉬움이 남았지만

마음씨 좋아 보이는 낯선 아저씨를 만나게 하시어 복음을 전하게 하시고

그 분으로 하여금 예수님을 만날 기회를 갖게 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참으로 감사드렸습니다.

빗소리, 승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차창 밖의 경음기 소리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전할 때 집중하여 듣게 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였습니다.

 

다 전하고 난 후 아저씨께서는

"성당은 잘 안 그러는 것 같은데,

교회들은 왜 그렇게 분쟁이 많고 건물의 크기나 세습문제, 돈문제가 발생하느냐"는 질문에

나름 정리하여 답변해 드렸지만 마음 한 구석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제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여 인사를 드리고 내렸습니다.

 

복음을 전한 기쁨 위로

아저씨의 질문이 우산을 뚫고 떨어지는 차가운 빗물이 되어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제 머리위에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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