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아버지께서 천국으로 가신 후 어머니는 혼자서 제 고향인 전주에 계십니다.

장모님 역시 5년전 장인어른을 천국으로 보내신 후 어머니 댁 인근에 사십니다. 

토요일이 산하 강산이의 휴업일이 아니어서 지난 주 어버이 날에 찾아 뵙지 못하고

엊그제 금요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고향에 내려 갔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최소한 두 세 달에 한 번은 찾아 뵐려고 해도

아이들 학원이나 학교 수업 등을 핑계로 일 년이면 겨우 몇 차례 밖에는 방문하지 못하고 있지요.

 

어머니들의 모습은 겨우 몇 개월 만인데도 찾아 뵐 때마다 눈에 띄게 주름과 흰 머리가 늘어가고,

불안정한 걸음걸이는 제 마음까지 불안하게 하였습니다.

특히나 치아가 부실하여 틀니를 하기 위해 앞니를 다 빼어낸 장모님의 얼굴은 마치 할머니를

연상케 하였으며, 그러한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고 마스크를 쓰고 계시거나 손으로 입을 가리신 모습은

참으로 측은하고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몇 번이나 더 찾아뵐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면 시간을 내기가 어찌 그리 인색한지요.

 

어버이 날이라고 준비한 용돈을 드리고 오랜 만에 야외로 나가 식사를 마치고

짧은 휴일을 보낸 후 서울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가야 하는 것을 아시면서도 조금 더 지내면 좋을 것 같은 마음을 숨기시는 두 분 어머니들의

모습은 서울로 오는 내내 저희들의 뇌리속에 남아있습니다.

 

팔순이 다 되시는 분 들이지만,

아직도 더 주시지 못한 것이 있으신지

이 것, 저 것 주섬주섬 담아서 저희들 손에 들려 주십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어린이 날 선물을 못 사셨다며 용돈을 주시는 모습까지

두 분 어머니들은 참 닮으신 점이 많습니다.

매 월 드리는 작은 금액을 다 모아서 자녀들 학비에 보태라고 기어이 쥐어 주시는 어머니의 손길에

덕순자매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어버이 날이라도 무언가 도리를 하겠다며 찾아 뵌 어머니들로부터

드린 것은 별로 없고 오히려 이 번에도 저희들의 양 손마다 가슴마다

어머니들의 사랑과 선물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귀경길이었습니다.

 

갚으려 해도 도저히 갚을 길 없는,

오히려 사랑과 은혜로 가득 채워주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보며

아무리 감사와 헌신을 다 드려도 갚을 수 없는

아버지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보게 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이라도 더 찾아 뵙는 기회를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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