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제

 

하얀 장막문 노을빛에 붉어지면

드리워진 죽음처럼 그림자들 길게 늘어지고

억울한 양들의 피 토하는 울부짖음은

차가운 광야를 뚫고 하늘로 메아리쳤다.

 

눈 밑까지 망토를 끌어 올린 사람들은

제사장들 앞에서 소곤거렸고

이미 진홍빛을 온통 뒤집어쓴 그들 옆에선

검은 연기 앞 다투어 하늘 향해 달음질쳤다.

 

태연한 척 시간은 천천히 걷고 있지만

천근이나 되는 가슴 부려놓은 사람마다

양털처럼 하얀 마음 옷깃속에 꼭 껴안고

바쁜 척 왔던 길로 종종걸음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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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과

짐승을 잡고 가죽을 벗기어 각을 뜨는 수고와

처참한 그 모습을 보아야 하는 메스꺼움을

겪어야 했던 구약시대의 사람들보다

 

친히 제물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단번에 거룩하게 되고 영원히 온전케 된 지금의 제가

오히려 죄에 대하여 더 둔감하고 무디어져 버렸습니다.

 

귀한 가치를 지닌 물건임에도 공짜로 얻었다는 이유로

별 것 아니지만 작은 값이라도 치르고 산 것보다

소홀히 여겼던 저의 어리석음이

영적인 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사실은 공짜 선물이 아니라

제가 그토록 사랑한다는 예수님의 피흘림과 살이 찢기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은혜인데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정말 예수님을 사랑하기는 하는 걸까요?

 

회개기도 할 때 저에게 소중한 것 하나라도

같이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율법을 좇아 거의 모든 물건이 피로써 정결케 되나니

피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히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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