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시죠?(눅24:1~12)


어제는 골 때리는 산 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강원도에 있는 1353m 높이의 두타산에

올랐습니다.


경사가 가파르고,

고저차가 심하며(180~1,400m)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를 반복하는 것이

괜히 붙여진 별명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높은 산을 오르게 되면

낮은 산과 높은 산의 차이를 알게 됩니다.


낮은 산은 오르막만 있지만

높은 산은 올라가는 길에도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가며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오르막만 고집하는 것은 작은 믿음이며,

크고 깊은 믿음은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는 것임을

알려주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힘들었습니다.


정상에 올랐더니 도사처럼 생긴 사람이

혼자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말동무가 생겨 반가웠던 것이지

집에서 만든 귀한 것이라며 생색내는

막걸리 한 잔을 권하길래


아무도 없고(?) 거절하기도 뭐하고 해서

오이 같은 고추 안주와 함께

딱 한 잔(--;) 받아먹었는데

꿀 맛(^6^) 이었습니다.


두타산은 홍수 전설이 있는 산입니다.

모든 산이 물에 잠겼는데

두타 산의 머리부분만 안 잠겼다고 해서

머리頭 섬陀 두타산 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여하튼 홍수의 기억을 담고 있는 두타산은

나에게 깊은 믿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믿음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무덤에 향품을 가지고 온 여자들은

부활하리라는 예수의 말씀을

천사를 통해 기억하고 기뻐하며 돌아갑니다.


기억하지 못했을 때는 슬퍼했지만

기억하고 나니 기뻐합니다.


믿음을 성장케 하는 일은

새로운 것을 더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높은 산 일수록 깊은 계곡이 있듯이

성숙한 믿음 일수록 깊은 고난이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잘 기억해 봅시다.


이천십일 년 전,

십자가에 죽은 예수가 다시 태어난

그 날을 말입니다.


예수가 그렇게 모질게 고난당한 것이

내 더러운 죄 때문이었다는 것과

내 죄가 그 분과 무슨 상관이 있길 래

나를 위해 발가벗고 십자가를 지셨는지 말입니다.


그렇게 나를 위해 고난을 받고

못으로 박혀 죽음을 당하셨는데

계속 내가 이런 식으로 살아야 되는지도

말입니다.


이젠 기억나시죠?

(2011.04.24.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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