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와야 끝입니다.(4:1~10)

 

나는 산을 좋아합니다.

예전엔 시간이 나면 오르던 산을

이젠 시간을 내서 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금 큰 베낭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무엇을 진짜 좋아하느냐 하는 것은

시간이 날 때 하느냐

아니면 시간을 내서 하느냐로

알 수 있는 듯 합니다.

 

예전에는 함께 가자고 권유했고

산에 올라가면서 틈 나는 대로 전도도 했는데

최근 조금 높은 산을 다니면서는

전도는커녕 함께 가자는 권유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몸을 유지하는 것 조차

힘들기 때문입니다.

 

내 몸이 버겁지 않을 때는 산행을 권유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의 산행을 돕기도 했는데

나 자신을 추스르기 조차 힘들어지니

남을 돌아 볼 여유가 없습니다.

내 산 오르는 실력이 아직 초보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산은 내 자신의 모습을 알게 해 줍니다.

후딱 갔다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를 때와 내려올 때의 숨쉬기와

기분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힘든 건 매 한가지 이기 때문입니다.

 

또 산은 내가 준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목 마를 때 마실 것, 배고플 때 먹을 것

더울 때와 추울 때를 동시에 대비해야 하고

미끄러지지 않고 넘어지지 않게

장비를 잘 갖추어야 합니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지

남 과의 싸움이 아님을 알게 해줍니다.

 

믿음 역시도 나와의 싸움입니다.

내 자신이 가장 문제였으며

내 마음이 가장 더러웠음을 알게 된다면

지금 높은 산을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늘 마귀의 유혹에 넘어가는 내 모습을 슬퍼하며

세상과 벗 된 나를 애통해 한다면

아마 하산 중 인지도 모릅니다.

 

산은 올라갈 때도 준비를 해야 하지만

내려올 때도 똑 같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올라가서 끝이 아니라 내려와야지 끝이니까요.

 

힘들게 올라왔다면

이젠 잘 내려갑시다. 다치지 않게

(2011.05.01.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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