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득 차고 넘치는

목사님이 교인 집에 심방을 가서 꼭 하는 기도가 "하나님 이 가정에 물질이 차고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는 일마다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축복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입니다.
한번은 대 심방 기간에 목사님과 권사님과 제가 한 팀이 되어 심방을 다니는데, 목사님은 설교를 하시고 권사님과 제가 번갈아가며 기도를 했습니다. 권사님은 그 가정에 온갖 축복을 있는대로 쏟아 부으며 기도하셨는데, 저는 그 가정의 여러 가지 형편을 아뢰며 성령님이 인도해주시는 대로 담담하게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도를 하는 순서인 집에서 설교를 마치신 목사님은 "하나님 이 가정에 물질이 차고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는 일마다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축복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권사님이 대표로 기도할 때는 권사님이 그 기도를 하시기 때문에 목사님은 안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았지요. 심방을 가서는 반드시 "하나님 이 가정에 물질이 차고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는 일마다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축복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를 빼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 가정에 물질이 차고 넘치면 좋겠지요. 그런데 그 '차고 넘치는' 물질적 신앙관은 성경적이라기 보다는 서구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세계관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 차고 넘치는 '자본'으로 약소국가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고 그것을 '복'이라고 여기는 자본주의적 물질관은 전혀 성경적이 아닙니다.
진정 우리는 무엇을 차고 넘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 가정에 차고 넘쳐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하나님의 공의이고 하나님의 임재와 다스림입니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