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불교는 무소유를 내세우고, 가톨릭은 환경과 인권을 앞세우는데 개신교는 일치된 정신이 없습니다. ‘원수사랑’이야말로 이 시대 한국 교회가 전개해야 할 기독교의 탁월한 주제입니다.”

원수사랑재단 대표 이정근(69·LA 유니온교회 원로) 목사의 말이다. 1980년 미국 LA에서 유니온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하던 이 목사는 한국전쟁 50주년이던 2000년 6월 25일, 한국전 참전 미국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원수사랑 운동’을 천명했다.

그 일환으로 원수사랑재단을 설립했다. 매년 6월 25일을 ‘원수사랑의 날’로 지정해 지켜오고 있다. 원수사랑상도 제정해 2년에 한 번씩 시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상자는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를 비롯해 에콰도르 원주민에게 순교당한 네이트 세인트 선교사, 6·25때 전남 임자도 진리교회에서 순교당한 이판일 장로, 힌두교의 핍박 속에서도 3대째 목회하고 있는 인도의 란자 사티아 목사 등이다. 수상자에겐 상금 1만 달러도 주어졌다. 올해도 원수사랑상 시상은 어김없이 있을 예정이다. 수상자를 크리스천만이 아닌 일반인으로까지 확대했다. 원수사랑 운동을 사회 속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이 목사를 원수사랑 운동에 나서도록 떠민 것은 6·25 전쟁 당시 가족의 비극과 마틴 루터 킹 목사, 그리고 성경이다. 6·25 당시 이 목사의 큰형은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좌익 활동을 했다. 그 때문에 아버지는 옥살이를 하다가 병들어 죽고 말았다. 북한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던 그는 목사가 되고 나서야 그 원망을 내려놓게 됐다. 유니온교회를 개척할 때 표어가 ‘예수님처럼, 꼭 예수님처럼’(Like Jesus, Just like Jesus)이었을 정도다.

킹 목사의 설교집을 읽다가 “원수를 친구로 만들면 원수가 없어진다”는 내용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우리를 하나님과 화해시키셨다”는 로마서 5장 8~10절 말씀이 그를 움직였다.

미국에 머물면서 가끔 한국을 방문한다는 이 목사는 “인도엔 종교의 국경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데올로기의 국경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동족상잔의 전쟁 비극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원수가 많은 한국에서 원수사랑 운동을 펼친다면 한국교회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람에 대해서도 그는 “기독교는 죽이는 종교가 아닌 죽는 종교인 만큼 사랑이 유일한 해답”이라며 “복음 전도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 시대에 원수사랑은 선교의 다리 역할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