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을 이루는 복된 장소

 

어느날 경리과 직원이 상담을 요청했다. 자신은 대학 시절 선교에 헌신하기로 했지만, 졸업 후 5~6년 동안 직장에서 돈을 세거나 장부를 정리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했다. 지금이라도 선교사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선교를 포기해야 하는지 갈등된다고 했다. 직장 일과 비전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민인 것이다.

돈을 세고 장부를 정리하는 것이 경리과 직원이 갖고 있던 선교 비전과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와 일대일 양육을 하던 한 자매는 장부 조작을 요구하는 직장 상사 때문에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양심을 속일 수 없었던 그녀는 끝까지 선한 싸움을 했고, 결국 관행처럼 해오던 장부 조작이 그 부서에서는 끊어졌다. 그녀는 회사에 파송된 선교사였고, 그 사명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리스도인은 비전을 품고,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야 한다. 비전이란 내가 원하는 꿈이나 목표, 야망이 아니다. 내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다.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비전을 보여주길 원한다. 예레미야 선지자를 부르시면서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노라“(렘1:5)라고 하셨다. 이것은 예레미야 선지자만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한 말씀이다. 하나님은 나를 향한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시며, 내가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기를 바라신다. 비전을 찾는다는 것은 내 존재의 의미와 삶의 방향성을 알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이 비전을 찾지 못하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궁극적으로 삶의 회의와 혼동에 내몰리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기도해아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 직업을 통해 하나님 나라 확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나를 지으신 하나님께 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서 있는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뤄 가야 한다.

경리과 직원이 무의미하게 보냈다고 생각하는 5~6년은 하나님의 꿈이 자라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 자매가 장부를 정리하며,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하나님의 기업이 되도록 기도하는 중보자가 되길 바라셨는지도 모른다. 일터는 나를 통해 하나님의 꿈이 실현되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복된 장소이다. (최영수 목사의 일터 속의 그리스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