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컨테이너 깡통교회 개척 초기에는 일반 교회와 같은 새벽기도를 드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학생들의 등교 시간에 맞춘 아침 8시에 아침기도회를 가졌다. 보통 8시에 시작해서 첫 수업을 시작하는 9시까지 한 시간 정도 함께 기도했다. 수업이 없는 학생들은 구역별로 혹은 개인별로 계속 기도를 했다.

학생들은 학교와 교회를 그리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공동체는 물론 개인의 필요까지 채워 주시는 중보기도의 기쁨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침기도회로는 기도의 갈증을 다 채우지 못했던지 중국에서 온 교포 학생 하나가 다른 교회 새벽기도회에 나갔다. 이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꼈던지 학생들은 스스로 어느 초겨울 날 새벽 5시30분부터 새벽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내게 찾아와 “선교사님, 저희 새벽기도 시작했어요”라며 자랑스럽게 소식을 전했다. 나는 학생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웠지만, 주일예배 한 번도 나오기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이 과연 새벽기도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때부터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날마다 새벽기도를 이어갔다. 이들은 날마다 부어주시는 성령의 인도하심과 기도의 기쁨을 체험했다.

새벽기도를 본격적으로 드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새벽기도는 영적 정상에 오르는 지름길입니다”라는 구호를 강대상 위에 붙여 놓았다. 내가 말씀을 전하고 전체 기도를 한 후 구역별 기도, 개인 기도의 순서로 진행하니, 5시30분에 시작한 예배가 8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새벽예배라고 하지만, 거의 일반 교회의 철야예배 수준인 셈이다.

이 정도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성도가 생길 법도 한데, 오히려 새벽예배에 출석하는 성도수가 날로 늘어 출석 교인의 80%에 이르렀다. 새벽예배 출석 학생들이 각종 시험이나 고시에 합격하는 모습을 지켜 본 학생들은 ‘새벽기도는 하나님께 직통으로 응답 받는 길’임을 몸소 체험했다. 이때부터 대학연합교회에서 새벽예배 출석은 주일 성수나 십일조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학생 구역장들은 구역 식구들을 깨우러 다니며 예배에 참석시켰다.

한 학생은 새벽까지 기말고사 준비를 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중에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 기숙사를 돌고 있던 신기현 교수(현 장로)를 만나 그분의 권유로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한 번도 교회에 나가보지 않았던 학생이 새벽예배에서 큰 은혜를 받고, 다음 날 다른 친구까지 전도해서 교회에 등록시키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구역장은 물론이고, 각 구역 담당 목회자들은 새벽 3∼4시부터 성도들을 직접 깨우고 차로 교회까지 실어 나르는 사역을 하고 있다.

새벽예배가 일어나면서부터 교회는 폭발적으로 부흥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성도를 붙잡기 위해선 선물이나 프로그램보다 진정으로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는 새벽예배가 더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다. 새벽기도는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은 대학생들을 뼛속까지 변화시켰다. 지속적인 새벽기도를 통해 자기중심적이었던 젊은이들이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법칙은 젊은이들만이 아닌 장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많은 사람들은 새벽예배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 정도로 치부하지만, 그 의미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주일 성수로는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을 이겨낼 수 없고, 새벽기도는 예수님이 하셨던 것처럼 성경적이기 때문이다. “새벽 오히려 미명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막 1:35) 하루의 시작을 하나님께 드릴 때 우리의 삶도 온전히 그분의 것이 될 수 있다.

[역경의 열매] 김형민 (9)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