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찔림은 나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나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내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내가 나음을 입었도다/ 누구든 나를 섬기고 따를 자는/ 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강이 산보다 높지는 않으리라/ 씨가 나무보다 크지는 않으리라/ 눈이 보이느냐 뭘 보느냐/ 보여줘도 못 보는 너/ 귀가 들리느냐 뭘 듣느냐/ 말해줘도 못 듣는 너/ 누구든 나를 섬기고 따를 자는 네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1976년 연예인교회에 출석할 때 마태복음 16장 24절 말씀을 묵상하면서 만든 ‘535’라는 노래입니다. 마음에 은혜가 넘치면 제 입에선 저절로 찬양이 흘러나옵니다. 그것을 노트에 옮겨 적으면 하나의 찬양곡이 됩니다. ‘우리는 하나’ ‘님의 목소리’와 79년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에 올린 ‘종이연’의 ‘서풍’을 비롯한 7곡, 연극 ‘그대의 밀알뿐’에 들어간 ‘등신과 머저리’ 등 6곡이 그렇게 만들어진 곡입니다.

저는 ‘빠담 빠담 빠담’ 공연 때부터 최창권 선생님과 공동 작업을 했습니다. 그때그때 가사가 떠오르면 대본에 쓰고 그걸 토대로 악상이 떠오르면 곡을 만드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참여한 뮤지컬이나 연극에 나오는 노래는 대부분 제가 만든 것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2009년까지 공연한 ‘지저스 지저스’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부르는 ‘주의 목소리’도 제가 만든 곡입니다.

하지만 어떤 노래에도 제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제 속에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이 만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저 그분의 도구일 따름입니다.

저는 주님을 영접한 뒤 제가 서는 무대의 주인공이 주님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주님을 만나기 전에는 언제나 무대의 주인공이 나, 윤복희였습니다. 항상 제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 주님이 들어오신 후로는 관객의 환호와 박수보다 주님이 기뻐해주시는 공연을 하려고 애씁니다.

저는 이제 엑스트라라도 상관없습니다. 무대에서 아무리 천해지고 망가져도 괜찮습니다.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낼 수만 있다면 흔쾌히 무대에 섭니다. 무대는 저의 사역지이고 주님을 증거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설 때와 주님이 주연이라는 믿음으로 무대에 설 때 마음가짐도 결과도 많이 다릅니다. 옛날에는 무대에 서면 객석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환호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객석의 사람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행복의 언어들이 속삭여집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제가 느끼는 대로 사람들도 저와 같이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님이 그렇게 이끄는 것이겠죠. 주님은 제게 노래의 참 맛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온누리교회에는 뮤지컬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지난해 주일 특송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배우 조승우씨와 함께 하게 됐습니다. 그는 몇 년 동안 교회를 다녔지만 그동안 한 구석에서 예배만 드렸다면서 이제는 주님을 찬양하며 주님이 원하시는 도구로 살겠다는 간증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지킬 앤 하이드’ 주제곡을 부르는데 너무나 은혜로웠습니다.

그 다음부터 교회에서 후배인 그를 만나면 그렇게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저는 뮤지컬 하는 분들이 교회에서 간증을 할 때면 참으로 고맙고 떳떳해집니다. 음악을 통해 경배하는 사역자로서의 자부심이겠죠. 제가 뮤지컬 무대를 지켜오고 또 앞으로 지켜가야 할 확실한 이유이자 명분입니다. “새 노래로 그를 노래하며 즐거운 소리로 아름답게 연주할지어다.…” 저는 ‘새 노래’의 뜻을 새김질할 수 있게 해주신 주님을 마음껏 찬양하며 그분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