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가 ‘물 좀 주소’란 노래를 불렀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중략)/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 오네’

 

요한복음 4장에서 사마리아 수가성 여인의 절규 또한 한대수의 그것과 같다. 수가성 ‘야곱의 우물’곁에 앉으신 예수 그리스도는 물을 길으러 온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 좀 주소”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그 여인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에 대해 이야기 했다. 여인이 간절히 부탁한다. “선생님, 그 물 좀 주소. 그 물을 나에게 주소. 그래서 내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여기까지 나오지도 않게 해주소.”

 

영국의 대설교가인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1967년부터 68년 질병으로 은퇴하기 직전까지 런던 웨스트민스터 채플에서 요한복음 4장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당시 그는 대장암에 걸려 있었다. 인생의 종착역을 앞두고 그가 전한 메시지의 주제는 ‘생수’였다. 그는 야곱의 우물가에서 예수님이 생수를 주제로 사마리아 여인에게 전한 복음을 갖고 56차례나 설교했다.

 

전 세계적으로 낭만과 우울이 교차했던 60년대 후반에 존스 목사가 채플을 찾았던 회중들에게 간절히 전달하려 했던 ‘생수’는 무엇이었는가. 분명 인생의 종점에 선 존스 목사가 절박하게 알리고 싶었던 그 생수는 21세기 초반을 사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리라. 지금 도처에서 “물 좀 주소”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타들어가는 산하, 더 메말라가는 심령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생수를 갈망하는 소리가.

 

지금 우리에게는 ‘레인 메이커(Rain Maker)’가 필요하다. 레인 메이커란 미국 인디언들로부터 유래된 용어. 레인 메이커는 가뭄이 들면 모든 부족들이 모인 가운데 은혜의 단비를 구하는 사람이다. 기근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레인 메이커가 하늘을 쳐다보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그 장면을 상상해 보시라. 요즘에는 조직과 회사에 이익의 단비를 내리게 하는 사람을 레인 메이커라고도 부른다.

 

나는 목회자들은 이 시대의 레인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사는 기갈 속에 허덕이는 영혼들에게 생수를 전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생수(Living Water)를 맛보아야 한다. “그 물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생기를 주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주지 못한다면,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생수를 가진 것이 아닙니다.” 존스 목사의 말이다.

 

지금 가뭄으로 전 국토가 타들어 가고 있다. 목사는 이 시대의 레인 메이커. 이 가뭄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물론 비를 내려달라며 금식하며 기도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그들의 기도를 듣고 하나님은 결국 단비를 내려 주시리라. 대지의 가뭄은 끝나겠지만 영혼의 가뭄 속에서 “물 좀 주소”라고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레인 메이커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이태형 종교기획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