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스펙쌓자”… 美 명문대출신 영어강사 러시

[동아일보] 워싱턴총영사관 380명 비자신청… 68명 100위권大

“취업난 돌파 - 국제경험 쌓기 적합” 한국行잇달아

지난해 7월 말 워싱턴총영사관에서 한국비자 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C 영사는 한 미국 대학 졸업생을 인터뷰하면서 깜짝 놀랐다. 경기 용인시에서 영어강사를 하겠다며 1년 한국비자를 신청한 한 여성은 지난해 6월 하버드대를 갓 졸업한 엘리자베스 씨(23). 하버드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그가 첫 직장으로 선택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영어강사였다. 그는 학부에서 이수한 교과목을 대부분 A를 받은 재원이었다. 영사관 측은 “지난해부터 한국 영어강사를 하겠다고 비자를 받으러 오는 대학 졸업생들의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 명문대생 한국 영어강사 지원 잇따라

미 뉴욕대 정치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제임스 씨(24)는 지난해 2월 부산의 한 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부전공으로 철학을 공부했고, 졸업 때는 최우등생에게 주는 ‘매그나 쿰 라우데’상을 받았다.

아이비리그 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선 지난해 9월 3명이 한국 영어강사로 취업하기 위해 미국을 떠났다. 이들의 전공은 경제학 인문학 고전문학 등 다양했다. 20대 초중반인 이들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떠난 경우. 국제관계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한 존스홉킨스대의 애너 씨(24)는 용인시의 한 사설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인터뷰를 끝내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채플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메가 씨(24)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사설학원 강사로 취업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불과 2, 3년 전만 하더라도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워싱턴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어강사 취업을 위해 한국비자를 신청한 사람은 380명으로 이 가운데 68명이 미국의 100대 대학 안에 포함되는 명문대생 출신이었다. 하버드대와 뉴욕대 듀크대 텍사스대 등 일류대학 출신들도 포함돼 있어 총영사관 측을 놀라게 했다.

○ ‘한국을 경험하겠다’는 미국의 신세대들

과거엔 영어강사로 일하겠다고 비자를 신청한 사람의 상당수가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 출신들이 많았다. 워싱턴총영사관 측은 “2008년 초까지만 해도 한국에선 이름도 들어볼 수 없던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 출신들이 영어강사 자리를 원하는 주류였다”고 밝혔다. 명문대 출신들이 한국으로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데다 한 달에 2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는 월급도 명문대 출신들에겐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매주 화요일 한국비자 인터뷰를 하는 워싱턴총영사관은 인터뷰를 신청하는 4, 5명 중 한 명은 명문대 출신이라고 전했다. 명문대 출신들이 잇따라 한국 영어강사로 취업하는 것은 미국의 취업난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높은 실업률 때문에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script type="text/javascript">setFontSize(0);</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