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교수님 장동건, 고소영 주례사 전문 중에서-----

우리는 인기 있는 연예인들을 스타라고 불러왔습니다. 어두운 세상일수록 낮은 곳에 임할수록 사람들은 높은 밤하늘의 별들을 그리게 됩니다. 대중의 별이 된 연예인들은 그들의 행복을 대신해주고 때로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꿈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그 별 중에서도 가장 큰 두 별이 하나가 되어 그 빛이 배로 밝아지고, 그 자리가 두 키나 높아진 놀라운 현장에 있습니다.

영화 장면이 아닙니다. 생생한 체온이 그대로 묻어나는 장동건 고소영 두 스타의 결혼식은 식장의 화려한 꽃장식이나 신부의 드레스에 대한 소문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젊은이들 가슴 속에 심어줄 것입니다.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가. 결혼을 하면 아이를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가. 독신 생활자들이 늘고 저출산 시대를 맞고 있는 가족 붕괴의 시대에 오늘 이 결혼식은 당사자 스스로에게 그리고 전국의 미혼자들에게 "그렇다"고 명백한 대답을 내려줄 것입니다.

영화는 활동사진으로부터 시작하여 입체 영화로 발전해 갔지만 결혼은 거꾸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시작해 채플린 시대의 흑백 무성영화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젊음의 현란한 색채는 하나둘 사라지고 수입은 반토막나고 자유롭던 생활은 가정이라는 굴레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늙은 노부부에게는 흑백 무성 영화의 침묵만이 흐른다는 것이지요.

신랑이 영화인이니 묻겠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물을 것도 없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늘 이 자리에 서있지 않았을 겁니다. 결혼을 총천연색 영화라고 생각하니까 상실의 역사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옛날 로마시대의 이야기처럼 결혼을 도둑맞은 상실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그것은 영화의 발전사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한 방향으로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느날 황제를 만난 제사장이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보고를 했습니다. "무엇을 훔쳐 갔는가"라는 황제의 말에 "여러벌의 은수저"라고 대답합니다. "딱하게도 값진 것을 잃었구나." 황제가 위로하는데도 제사장 얼굴에는 희색이 가득합니다.

"폐하, 그런데 그 도둑은 딴집에서 훔친 황금잔을 모르고 은수저 있던 자리에 놓고 갔답니다." "저런 잃은 게 아니라 얻은 게로군."

황제가 기뻐하자 제사장은 진지하게 대답합니다. "그렇습니다. 결혼이 바로 그런 것이지요. 남녀가 결혼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잃게 됩니다. 혼자 살던 때의 자유와 수입, 그리고 자기 시간을 잃게 됩니다. 모든 게 두 동강이 납니다. 그 대신 자기에게는 없던 황금잔 하나가 굴러들어오는 것이지요. 평생을 함께 사는 반려자말입니다."

결혼하면 반려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없었던 아이들이 생겨납니다. 도둑맞은 시간과 자유의 자리에 계속 증식하는 황금잔이 번쩍입니다. 그런데 황금잔을 황금잔이 아니라 혹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재의 출생율과 같은 패턴이 2대만 계속된다면 이태리의 아이들의 5분의 3이 형제자매라는 말, 삼촌과 외삼촌, 그리고 고모와 이모란 말을 모르고 지낼 것이라는 인구 통계학자의 글이 생각납니다. 우리처럼 가족을 중시하는 이태리의 이야기이고 보면 결코 남의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삼촌, 사촌 같은 촌수가 사라지는 한국사회를 한번 상상해보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신부에게 묻겠습니다. 아이가 혹입니까. 애를 낳는 것이 정말 몸을 망가뜨리는 겁니까.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지요. 한국 최고의 미모와 매력을 지닌 스타가 아이를 낳아 우리를 기쁘게 할 날이 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난다고 하지만 사실은 어머니 아버지도 함께 태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로 불리던 내가 결혼을 하면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내로 불리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면 또 누구의 아빠, 누구의 엄마로 호칭이 바뀝니다. 인간은 이렇게 아들 딸로 3분의 1을 살고, 남편 아내로 3분의 1을 살고, 나머지 3분의 1은 아버지와 어머니로 세상을 삽니다. 인간의 총체적인 삶은 이 세 조각을 각각 다 맞춰야 온전한 모앙의 그림이 되는, 퍼즐 게임과도 같은 것이지요.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새 살림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공인과 축복을 받게 된 것입니다. 시들해지는 일상의 반복을 다시 일깨워 살려내는 것. 그것이 바로 살림이라는 말입니다. 결혼 생활은 곧 죽음의 반대어인 살림입니다. 눈부시게 밝은 아침 문뜩 눈을 뜨면 바로 옆자리에 누가 누워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릅니다.

새살림으로 부디 행복하세요. 그러면 부모님들 친척들, 그리고 친구와 여러팬들 모두가 행복해지니까요. 남들이 바라보고 있는 별이니까. 두 별이 하나되어 더욱 밝아진 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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