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마천시장에서 32년째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박동옥(59)씨는 지난 17일 오전 9시쯤

가게문을 열다가 문틈에서 떨어진 흰 봉투를 발견했다.

박씨는 '카드 고지서나 유인물이겠거니' 생각하고 편지를 읽어내려가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19년 전에 여기서 가방을 훔친 사람입니다."

서울 송파구 마천시장의 한 가방 가게 주인 박동옥(59)씨가 22일 19년 전에 가방을 훔쳤다는
사람으로부터 온 4만원이 든 편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 박국희 기자

 

편지 속 인물은 "초등학교 2학년쯤에 가난해서 도시락 주머니를 훔쳤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어 '다른 사람의 재산을 부당하게 빼앗은 것이 있으면 4배로 갚겠다'고 말한 성경 속 인물을 빗대며

"저도 그때 가격의 4배를 갚으려고 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이것을 받으시고 부디 저를 용서해달라"고 했다.

봉투를 들여다보니 1만원짜리 지폐 4장이 들어 있었다.

박씨는 "지금은 20대 젊은이일 텐데 '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훈훈했다"고 말했다.

박씨의 부인 박영순(56)씨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가 19년이나 이 일을 마음에 담고 살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고 했다.


---2010.3.24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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