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2014.01.15 08:17

박상형 조회 수:116

아빠는?(히8:1~13)


아이와 집에서 술레잡기를 했습니다.
술레일 때는 일부러 잘 못 찾았고
숨는 자 였을 때는 찾기 쉽게 숨었습니다.
아빠를 찾고 행복해 하는 술레인 아이의 모습이
십칠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눈에 선합니다.


아이와 물총싸움 놀이를 했습니다.
아이는 성능이 좋은 것
나는 성능이 안 좋은 물총 이었지만
욕실은 우리들의 훌륭한 놀이터 였습니다.
싸움은 내가 항복하고 나면 끝이 났고
그 다음 아이 목욕시키는 것은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와 달리기 시합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슈퍼에 갈 때
조금 커서는 산책길 마지막 코스에서
남은 곳 까지 였습니다.
나는 늘 아이보다 한발 늦게 들어왔습니다.


산책이나 둘레길코스에서는 가끔 내가 이겼는데
이기기 위해 이긴 것이 아니라
아빠가 아직 늙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나는 아이의 아빠였고
아이보다 더 잘할 수 있었지만
아이에게 맞추기 위해
아이와 비슷하거나 아이보다 늦었습니다.
아이도 그것을 알았지만
아이가 나를 무시한 적은 없습니다.


아이는 지금 멀리 미국에 혼자 있지만
지 엄마와 화상통화를 할 때 내가 안보이면
늘 나를 찾고 안부를 묻는다고 합니다.
"아빠는?" 하면서 말입니다.


아이가 나를 찾는 소리(아빠는?)가
나를 참 행복하게 합니다.


하나님은 나의 아버지 입니다.
하나님이 나 같은 사람이 되시고
세상에 내려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은
힘이 없으셔서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고 싶으셔서
나에게 일부러 맞추어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낮아지실 수 없는 분입니다.
높은 분이 낮아지신 것이 아니라
낮은 나에게 일부러 맞추어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것은
낮아지셨음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다시 높아지실테니)
낮은 나에게 맞추어주셨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높은 자에서 낮은 자가 아닌
함께 맞추어 가면서 말입니다.
나는 높은 자가 아니니까 말입니다.


아~
사람들에게 맞추지 못하고, 사람들을 낮게 보는
머리꼭대기에 나 있는 교만의 뿔들은
도대체 언제쯤 뽑혀질까요?
아빠는, 아시죠?
(2014.01.15.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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